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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성장 막는 두 얼굴의 중기 지원책

포스코DX 2017. 8. 7. 19:01

 

 

#1 수도권의 한 중소기업 사장. 술만 들어가면 잘난 체한다. 지난 5년간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사업 8개에 지원해 최대 950억 원에 이르는 ‘공돈’을 받았다고 떠들어 댄다. 그런 기업이 여럿 있다며, 대행해주는 브로커도 활약(?) 중이니 소개해 주겠다 한다. 이런 행태가 최근 감사원 감사를 통해 많이 적발됐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부터 3년간 창업 지원 프로그램으로 4번 이상 지원받은 기업이 300여 개에 달하고, 65회 이상 지원받은 기업도 22개나 된다.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자금은 경우에 따라서는 소위 ‘눈먼 돈’이었던 것이다.

 

#2 녹즙기를 만드는 한 중견기업. 몇 해 전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며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이름을 올려놨다. 80여 개국에 수출할 정도로 잘나가는 업체이지만, 중견기업으로 편입되면서 국내에서는 도리어 고전하게 됐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분류될 때 잃는 혜택은 각종 세제 혜택을 비롯해 100가지가 넘는다. LED 조명을 생산하는 다른 기업을 한번 살펴보자. 이 회사도 규모가 커지면서 중견 기업으로 분류될 상황이지만, 꼼수를 택했다. LED 조명이 중소기업 적합 업종이라 중견기업으로 분류되면 공공시장에 참여할 수가 없어, 이름뿐인 자회사를 하나 만들기로 했다. 이른바 ‘기업 쪼개기’이다.

 

#3 젊은이들은 취업이 어렵다고 난리고, 중소기업은 사람 구하기 어렵다고 난리다. 현재 중소기업 임금은 대기업의 57% 수준으로, 격차는 매년 커지고 있다. 취업난에도 젊은이들은 중소기업을 자신의 일터로 생각하지 않는다. 인재를 구하지 못해 중소기업은 경쟁력이 떨어지고, 경쟁력이 떨어진 만큼 임금은 낮아지고, 이는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을 더 멀리하게 한다. 악순환의 고리다.

 

우리 중소기업 지원의 몇몇 어두운 단면이다. 추경을 제외하고도 올해 중소기업 예산은 16조원에 달한다. 예산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규모이지만, 실적은 초라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중소벤처기업부를 출범해 중소기업 육성을 제대로 하기로 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지원정책에는 분명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첫 번째 단면부터 살펴보자. KDI의 ‘중소기업 정책자금 성과분석’에 따르면 정책 금융을 지원받은 기업의 수익률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낮은 경우가 허다하다. 애당초 성장성이 없는 기업에게 지원됐고, 수혜 기업도 지원에 안주해 노력을 게을리 한 탓이다. 문제는 정부의 인위적 지원대상 선정 때문이다. 앞으로는 지원 대상을 정부가 아닌 시장이 경쟁을 통해 선정하도록 해야 하겠다. 그리고 지원된 자금은 어디에 사용되고 어떠한 성과를 내는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하겠다.

 

두 번째 단면은,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다시 대기업으로 성장을 지원하는 성장 사다리가 마련돼야 한다. 이런 성장이 있어야 경제가 역동성을 가진다. 현실은 다르다. 중소기업이 성장해 중견기업으로 편입되는 순간, 그간 받아오던 여러 지원이 한 순간에 사라져 버린다. 중견기업이 되는 것이 오히려 성장저해 요인이 되는 셈이다. 물론 그런 지원이 중견 기업이 된 후에도 마냥 유지될 수야 없겠지만, 충분한 유예기간은 있어야 하겠다.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이 오르기 싫은 계단이어서는 안 된다.

 

세 번째 단면은, 중소기업도 성장을 위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려 하고, 이를 위해서라면 우수한 인재를 임금을 더 주고라도 뽑으려 한다. 이런 도전을 힘들게 하는 걸림돌이 있다. 그것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다. 실패했을 때 그 도전을 위해 뽑았던 사람들을 내보낼 방법이 없다. 계속 회사에 유지해야 한다. 도전이 실패로 끝나는 것에 머물지 않고, 회사에 지속적인 부담으로 남는 것이다. 지금처럼 고용 유연성이 없으면 중소기업은 도전보다는 현상유지에 급급하게 되고, 이는 중소기업 성장을 저해하는 악순환의 시발점이 된다.

 

국내 고용창출의 최대 85%를 중소기업이 담당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경제가 산다. 위에 언급된 몇 가지라도 해결해 주도록 새로 출범하는 중소벤처기업부에 거는 기대가 크다.

 

 

<글 :  포스코ICT 대표이사 사장 최두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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