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석의 산책(冊)] 관계의 힘
사람은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살아갑니다. 좋은 사이도 있고, 가끔은 싫은 사람으로 인해 화를 내고 절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로부터 힘과 용기를 얻을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인간관계를 늘 좋게 유지하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특히 직장인에게 있어 인간관계는 늘 고민이 되는 요소일 텐데요. 이번 시간에는 '관계'라는 단어가 가진 비밀을 소설 형식으로 쉽고 흥미롭게 풀어낸 책, 『관계의 힘』을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이 책은 완구업체 원더랜드의 창업주 백회장의 장례식장에서 시작됩니다. 주인공인 신은 장례식장에서 조문객의 안내 역할을 맡습니다. 백회장의 죽음으로 회사는 두 아들 사이의 경영권 쟁탈전에 빠지게 됩니다. 직원들은 두 아들 중 누구 편에 서느냐에 따라 앞날이 바뀔 운명에 처하게 되는데요. 작은 아들인 백이사는 신에게 숨겨진 괴짜 공동창업주 조이사로부터 위임장을 받아내라는 임무를 맡깁니다. 이 책은 사람에 대한 짙은 회의와 비난에 익숙한 신이 조이사라는 노인을 통해 인간관계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조이사는 신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말하는 것은 물건에 대한 상상력이 아니네, 사람에 대한 상상력이지. 자네는 아이들을 소비자라고 생각하지? 사실 거기서부터 모든 게 꼬여버렸지. 자네가 만약 아이들을 친구로 생각했다면 그런 어처구니 없는 장난감을 만들었을까?”
장난감을 만드는 회사에서 어린이는 단순히 소비자일까요? 어디에서 가치가 나오는지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다면 그 상품은 성공하기 힘들게 됩니다. 서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우선으로 생각해야 할 고객이 누구인지, 가장 큰 가치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똥을 밟았다고 주저앉으면 앞길에서 기다리는 기쁨을 얻지 못하네. 똥을 밟으면 신발을 씻으면 그만이야. 관계의 끈을 놓아서는 안되네. 자네에게 상처를 주는 것도 인간이지만, 상처를 치유해 줄 유일한 약도 인간이라네.”
인간은 혼자서는 인간이 될 수 없고 타인 없이는 ‘나’라는 존재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혹시 사람에게 상처를 받았다면 실연에는 새로운 사랑이 약이듯 우리는 사람에게서 위안을 받아야 합니다. 인생의 의미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있습니다.
우리는 귀가 열려 있으니 언제나 다 듣고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진정한 귀를 열리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귀를 닫아야 합니다. 어려서부터 세워놓은 기준과 틀을 깨고, 자신에게 덧씌워진 분칠을 지워야 합니다. 다른 여러 소리를 듣게 되면 마음이 더 소란할 것 같지만 실은 그 반대입니다. 오히려 다른 여러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때 더 고요해지고 평화로워질 수 있습니다.
봄은 자신을 한 번쯤 뒤돌아보아야 할 계절입니다. 오가는 사람을 살피기도 하고 주변의 풍경을 느끼며 천천히 오감 걷기를 해보시기 바랍니다. 걷다 보면 꼬인 생각들과 뭉친 감정이 다시 풀어지고 흘러가게 됩니다. 다른 사람과 진심을 나누지 못하고 혼자서만 열심히 사는 사람은 위에서 누군가가 내려다볼 때 그저 방향도 없이 동서남북을 부지런히 왔다 갔다 하는 개미처럼 보일 뿐입니다. 자신이 태어난 이유가 고작 나 하나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주변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나를 돕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것이 모든 관계의 시작이고 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