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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아이콘 잡스, 진보일까 보수일까?

포스코DX 2017. 3. 2. 18:39


우리 시대를 스마트폰 이전과 이후로 구분할 만큼 큰 영향을 미쳤던 혁신 아이콘 스티브 잡스. 그는 진보일까 보수일까? 혁신을 선도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라는 점에서 잡스는 진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는 다른 면에서는 보수에 더 가까웠다. 시장 자유주의 체제를 최대한 이용해 애플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보수-진보 논쟁으로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이 논쟁은 18세기 말 프랑스 혁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점진적 변화를 지원하는 에드먼드 버크와 급진적 혁명을 옹호하는 토머스 페인의 논쟁이 그 시작이다. 보수론자인 버크는 사회는 항상 변화가 필요하지만, 급진적 보다는 기존 틀 안에서 점진적인 변화로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토머스 페인은 급격한 변화를 옹호하면서, 모든 이에게 빠르게 근본적인 평등과 자유와 공평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인 속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 동시에 존재"



그런데 지금 우리의 보수-진보 논쟁은 과연 이런 원천적인 개념과 괘를 같이 하는가? 겉으로는 그렇게 표방하지만 실제는 아닌 것 같다. 지금 우리 정치권은 국민을 보수와 진보라는 서로를 경원시하는 편 가르기 이분법적 프레임 속에 가두어 놓고서 정치의 판을 짜려 한다. 그런데 미국 버클리대 레이코프 교수에 따르면, 사람의 뇌 속에는 수많은 프레임들이 있으며, 그 인식 속에는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이 동시에 존재한다. , 진보적인 사람과 보수적인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주위에서 보수로 인식되던 사람들도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진보로 인식되던 사람들도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는 현상이 좋은 예다.

정치권이 경직적으로 묶어놓고 싶어하는 보수-진보 프레임은 이미 지난 총선에서 깨어진 것을 우리는 보았다. 이미 국민은 정치권이 바라는 그런 프레임 속에 가둬져 있지 않다. 누구는 이를 보수-진보의 혼란이라고 말하지만, 차라리 경직된 보수-진보 프레임으로부터의 탈출이라는 게 맞겠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옛날 프레임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한다. 혹시 그것이 깨어지면 정치권은 뭘 어떻게 국민을 자기 쪽으로 몰아서 선거를 치러야 할지 잘 모르는 것 때문은 아닐까?


"경영 상황따라 보수와 진보 융합"


 

앞서 스티브 잡스처럼, 경영의 관점에서 보수와 진보를 한 번 생각해 보자. 경쟁력 있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보수 관점은 ‘점진적 개선(Incremental Improvements)’을 앞세우고, 진보 관점은 ‘과감한 변화 (Disruptive Transformation)’을 앞세울 것이다. 어느 것이 맞고 어느 것이 틀리는 것은 없다.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 어떤 경우는 보수적으로, 어떤 경우는 진보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올바른 경영이다. 경우를 살피지 않고 어느 하나만 고집하는 경영은 결국 잘못되게 돼 있다. 더 필요한 것이 있다면, 왜 그런 대응 방안이 선택됐는가 하는 이유와 논리가 전체 종사원에게 공유되고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흑묘든 백묘든 쥐만 잘 잡으면 돼" 



시대 변화에 따라 보수와 진보에 대한 정의도 바뀌어야 하겠지만, 그보다 먼저 진보와 보수를 기존 관점이 아닌 새로운 관점에서 이해하고 해석하고 융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결코 서로 분리되어 선택될 것이 아니고, 둘 다 선택되어 더 적합한 것이 적용되거나, 또는 융합되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정치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국가경영에 있어서도 진보 또는 보수 어느 하나가 아닌, 둘 다가 필요하다. 그래서 필요한 경우에 적합한 선택과 융합이 이루어져야 하겠다. 보수 진보의 편 가르기 보다는, 등소평의 ‘흑묘백묘’처럼 쥐를 잘 잡아야 한다.


"진보·보수 이분법 프레임 벗어나야"



국민 대부분은 고정된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 지금의 국민은 정치권의 정략적 편의성 때문에 그들이 만든 보수-진보 프레임 속에 갇힌 포로일 뿐이다. 그런 프레임이 우리 정치권을 계속 지배하게 되면, 행동하지 않는 조용한 국민 대부분의 생각은 무시되고, 그 프레임을 지배하려는 시끄러운 소수의 소리만 판치는 나라가 된다. 그러면 국민 다수의 바람이 정치에 반영되지 못하는, 시끄러운 소수의 민주주의가 된다. 이제 정치권도 수권 편의성을 위해 나라를 이분법적 보수-진보 프레임으로 편가르는 것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할 것이다.




<글 :  포스코ICT 대표이사 사장 최두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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