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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탐내는 HW 공룡들, 문화부터 바꿔야 한다

포스코DX 2016. 7. 11. 15:34


 

"삼성전자 소프트웨어(SW) 엔지니어가 구글로 전직하려면 1~2%만 입사할 수 있다."

 

"4명의 개발자가 6주 만에 개발한 인스타그램을 삼성이 개발했다면 몇 백 명이 붙어

 1년은 걸렸을 것이다."

 

"삼성은 SW 관련 규모에 비해 아키텍처 역량이 부족하다."



삼성그룹의 자아 비판이 화제다. 삼성은 사내방송 SBC를 통해 2회에 걸쳐 '삼성 SW경쟁력 백서'라는 제목으로 '불편한 진실'과 '민낯'을 공개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던 이건희 회장의 '신() 경영'에 비유될 정도로 파장이 크다.





| 민낯 드러낸 HW 황제, 이젠 SW '신() 경영?'


SBC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과 비교할 때 삼성의 SW 인력 절반이 기초 수준 실력에 머물러있고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현상만 보면 틀렸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삼성이 공개한 민낯이 비단 삼성만의 것일까. 삼성 내부 직원들은 둘째치고 타사 개발자들까지 관련 기사에 댓글을 달며 울분을 토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강 건너 남의 얘기가 아니라 내 얘기, 또 우리 회사의 얘기다. 국내 IT 대기업에서 제대로 된 '코드 리뷰'가 가능할까.


분명한 것은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 이후 '품질경영'을 내세워온 삼성이 이제 공식적으로 SW 기업을 '넘어야 할 산'으로 거론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6'에서 고동진 IM(정보기술·모바일)부문 사장은 삼성전자를 하드웨어(HW) 기업으로 보는 외부의 시선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누가 봐도 아직은 HW 기업이지만 그만큼 SW 경쟁력에 대한 갈증이 크다는 방증이다. 그리고 이렇게 SW 경쟁력을 대놓고 탐하는 기업은 삼성뿐이 아니다.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 글로벌 SW 기업의 '나 홀로 특수'를 지켜본 HW 기업들은 쓰린 속을 달래다 못해 SW 기업 인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

 




| 세상을 먹어 치우는 SW, HW 공룡들도 힘겨운 변신


넷스케이프 창업자 마크 앤드리슨은 4년 전 '왜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 치우고 있는가(‘Why Software is eating the world)'라는 내용의 기고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실었다. 갈수록 더 많은 산업영역이 SW로 인해 붕괴하거나 SW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란 예측이다. 예측은 적중했다. '생산라인'에 목을 매온 자동차 기업들조차 "자동차는 가솔린이 아니라 이제 SW로 달린다"며 자율주행 SW기업들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퍼붓고 있다. 가사도우미를 쓰려고 해도 직업소개소에 전화를 거는 대신 모바일 앱을 깔아야 하는 시대다.





스마트폰 시장을 주름잡으며 IT시장의 울트라 갑으로 군림해온 애플도 예외가 아니다. 애플이 스마트폰 수요가 정체되면서 향후 미래 성장가치를 의심받고 있는 반면 구글은 플랫폼과 SW 중심의 포트폴리오로 가치를 인정받으며 증시에서도 애플과의 시가총액 격차를 줄였다.여기엔 하드웨어(HW) 대신 소프트웨어(SW)가 당분간 미래 시장을 주도할 것이란 기대가 깔려있다. 애플도 이를 의식한 듯 스마트폰 판매를 늘리는데 올인하기보다는 인공지능(AI)을 접목해 보다 강화한 개인용 음성인식 비서 '시리'를 최근 발표했다. 그뿐인가. 지금까지의 폐쇄적 정책을 포기하고 SDK(소프트웨어개발킷)까지 공개했다.


 



| 핵심은 알파고가 아닌 알파고를 낳은 SW적 문화


'GIGO'(Garbage in Garbage out; Gold in Gold out). SW업계에서 통하는 금언 중 하나다. 유용한 결과를 얻으려면 유용한 자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자료 처리의 원리를 나타내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SW 경쟁력을 높이려면 조직문화와 투자까지 그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 의사결정 및 투자는 HW에 맞춰 해놓고 생산라인에서 찍어내듯 혁신적 SW가 나오길 기대한다면 욕심이다. 이런 점에서 삼성의 자아비판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혁신을 이루는 SW는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SW를 만드는 것도 결국 사람이다.

 

기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거나 비용을 절감시켜주는 IT서비스가 아니라 그 자체로 문제 해결력을 갖고 신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SW를 낳으려면 양질의 인력 못지 않게 인내의 시간과 돈, 다양한 문제에 접근하고 실패를 통해 수정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SW적인 문화다.


 


IT업계 전문가들은 우리 기업들이 두려워해야 할 점은 '알파고'의 성능이 아니라, 알파고를 만든 구글의 엔지니어 문화라고 입을 모은다. SW적 문화는 단순히 상사에게 '님'자를 붙이는데 그치지 않는다. 사물인터넷(IoT)과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새로운 시장에선 우리 기업들이 SW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문화'적 토대가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글 :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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