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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일상의 배경이 된 동네 "낙산공원"

포스코DX 2014. 3. 18. 10:51

 

예술이 일상의 배경이 된 동네, 낙산공원

 

종로구 동숭동 산2-10번지. 번지에 산이 붙은 주소에 자리한 낙산공원을 대학로 방면에서 오르는 것은, 그 가파르기가 정말이지 산을 오르는 것과도 같다. 느린 걸음으로도 숨을 헐떡이며 오르다 고개를 들면, 전봇대에 매달린 간판에 그만 웃음이 피식 나온다.

 

 

가파른 경사면을 올라가며 웃고 있는 달팽이 그림 표지판 때문이다. 그림 밑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 있다. ‘천천히’. 워낙 경사지라 차도 사람도 천천히 오를 수밖에 없으니, 중의적으로도 해석된다. 달팽이처럼 천천히 걸으며 조목조목 감상해야 할 70여 개의 미술품들이 곳곳에 숨어 있는 동네가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봄날, 낙산공원을 중심으로 공공미술프로젝트가 추진된 마을인 충신동과 이화동 일대를 걷기로 한다. 

 

 

                                                               

 

 

자연이 피운 꽃, 사람이 그린 꽃

 

초록색 소나무들 아래서 진달래가 연분홍 자락을 펼쳐두고, 샛노란 개나리가 화들짝 놀란 것처럼 일시에 다발로 피어있다. 이에 질세라 조로 지은 밥 같다는 조팝나무가 푸진 밥상을 차려놓았다. 흰 조팝꽃무리 너머로 대학로를 건너 우측에 북악산, 정면에 인왕산, 저 멀리 좌측의 남산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내사산의 하나이자 주산인 북악산의 좌청룡에 해당하는 지정학적 위치가 가늠 되어진다.  

 

 

분분히 날리는 왕벚나무 꽃비를 맞으며 오롯한 산책길을 걷거나, 아무데나 쪼그리고 앉아 제비꽃 무리 속에 숨은 개별꽃에 눈맞춤을 해도 좋겠다. 그러나 공원 안에서만 꽃구경을 하기에는, ‘공원 밖의 꽃밭’이 너무 유혹적이다. 공원을 들어서기 전, 한 주택의 시멘트벽이 커다란 캔버스가 되어 들꽃과 나비들을 가득 담고 있던 장면이 선연하기 때문이다.

 

 

 

 

 

 

골목과 계단들의 명도가 높아지다

 

후미진 골목. 아직도 나무전봇대가 서 있고, 굽이굽이 몇 번을 에돌아야 할 만큼 굽이져 있다. 하지만 벽에 그려진 앙증맞은 캐릭터가 ‘안녕’하고 인사를 건네 온다. 이런 골목이라면 혼자 걷는 밤길도 두렵지 않을 듯하다. 꼭대기에서 소실점을 이루는 가파른 계단. 집들의 그림자로 어둑한 이곳에는 경사면마다 꽃이 그려져 있어 환하다.

 

 

가까이 이웃한 계단에도 경사면이 캔버스가 되어 새들이 날고 있다. 계단 중간 집의 대문이 열리더니 재활용쓰레기를 버리러 할머니가 나오신다. 할머니 집 앞 그림이니, 전시장 큐레이터에게 묻듯 계단의 새가 무슨 새냐고 물었다. 비둘기라신다. 왜냐고 물으니, “평화의 상징이잖여.”라고 답하고는 총총히 대문을 닫고 들어간다. 아리송한 답이지만, 비둘기면 어떻고 다른 새인들 어떤가. 할머니한테는 이 새가 비둘기고 비둘기가 평화를 상징하니, 대문 앞 계단에 평화가 가득하다.

 

 

 

 

 

 

삶의 현장이 곧 예술 전시 공간

 

충신동과 인근 이화동 일대에는 수많은 봉제공장들이 여전히 성업 중이다. 벽화가 그려진 한 작은 봉제공장의 정면. 그림 속 비누방울을 부는 사람의 입과 귀 사이에 네모난 창이 나 있다. 열린 창문 안에서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마치 그 소리가 동력인 듯 벽화 속 비누방울도 연신 뿜어지는 중이다. 그림에 소리가 더해져 살아있는 풍경이 된다.

 

 

멀지 않은 곳에는, 실제 봉제공장 노동자들이 그려진 벽화도 있다. <봉제인, 존경의 벽>이라는 제목의 화가 박종해 씨 작품이다. 공공미술 프로젝트 작업은 이처럼 전문 작가들 외에 도 주민들이 함께 참여해 의미가 높다. 오르막길의 타일벽화는 동네 어르신들이, <어린이와 새>는 동숭어린이집 아이들의 조막손이 함께 그리고 빚은 것이다.

 

 

일반 주민과 전문 작가들이, 삶의 현장과 예술 공간이 하나로 어우러진 낙산 동네. 그래서 저기 저 골목길을 달음박질치는 아이의 옆으로, 오토바이에 물건을 싣고 배달하는 아저씨의 뒤로, 예술이 일상의 배경으로 자리한다. 아름답고도 태연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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