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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속의 작은 멀팅 팟(molting pot), 이태원

포스코DX 2013. 12. 24. 13:24

 

 

각기 다른 나라로부터 유입된 여러 인종들의 독특한 문화가 융합된 것을 용광로에 비유해 ‘멀팅 팟(molting pot)’이라 합니다. 이태원 1동에서부터 한남 2동까지의 1.4km 구간은, 모양은 긴 띠처럼 생겼지만 그 내용은 둥그런 멀팅 팟과 닮아 있습니다.

서울시 최초'관광특구'로 지정된 이래, 쇼핑상가와 음식점, 유흥 오락시설 등 저마다 스타일이 다른 업소 2천 여 곳이 고르게 수 놓여 있고, 다른 인종과 여러 언어가 이 거리를 스쳐 지납니다. 언제 가도 열기가 뜨거운 서울 속의 작은 멀팅 팟, 이태원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이슬람 사원을 보면 ‘건축으로 하는 기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스크의 둥그런 돔은 이슬람식 기도 중에 모아 올려지는 두 손, 그 위에 얹음직한 경외와 기원의 변주 같습니다. 둥근 돔과 첨탑의 날카로운 직선이 어우러진 신비로운 조화. 단순하면서 동시에 지극히 복잡한 아라베스크의 기하학적인 문양. 하루 다섯 번의 기도 중에서 한번은 반드시 모스크에서 올리는 성실한 무슬림의 기도. 이슬람국가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모스크의 풍경을 이태원에서 만납니다.
 

서울의 어느 동네와 다름없는 일상적인 풍경의 골목들을 지나왔다는 사실만 잊는다면, 푸른 아치형 문을 들어서는 순간 완벽한 공간이동을 체험케 됩니다. 

 

 

 

 

이태원에는 우리가 아는 세계 지도가 다시 그려집니다. 이탈리아 옆에 멕시코와 그리스가 붙어 있고, 프랑스를 지나면 베트남이, 베트남 곁에 스위스와 인도, 한국이 접경을 이루고 있습니다. 음식을 한 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코드로 볼 때 말입니다. 한 지역에서 아프리카에서 유럽까지, 동아시아에서 남미대륙까지 각 나라의 음식점들을 이처럼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곳도 아마 이태원이 유일할 것입니다.
 

멕시코 요리점에서 이국의 주인장이 ‘베리 스파이시’하다며 건네준 ‘타코’를 먹고 거리로 나오면, 터키의 ‘케밥’이, 스위스의 ‘퐁듀’나 한국의 ‘감자탕’이 슬며시 또 다른 미각을 유혹합니다.  

 

 

 

 

랩퍼가 읊조리는 듯한 높낮이의 영어가 스쳐 지나가면, 여러 개의 보자기를 한꺼번에 푼 것 같은 중국어가 둘러싸고, 일본어와 스페니쉬, 영국식 ‘a'발음까지, 끊임없이 스쳐 지납니다. 상점의 간판들은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최소한 3개 국어는 기본이고, 그 아래 노점을 벌인 상인들도 지나는 이의 국적에 따라 그 나라 언어로 인사를 건넵니다.

외국서적만 모아 파는 헌책방들의 진열장만큼이나 화려한 원색의 의상들이 이국적인 분위기로 거리를 채색하고, 중국의 고가구와 한국의 하회탈이 한 거리에서 나란합니다. 한번 분해 되면 누구도 꿰어 맞출 수 없을 것 같은 이 조각조각이 한 덩어리를 이루어, 언제 가도 열기 뜨거운 ’이태원‘을 완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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