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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테러가 ICT업계에 남긴 것

포스코DX 2015. 12. 9. 10:38







11월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연쇄 테러는 130여 명이라는 많은 사망자를 내면서 국제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프랑스는 테러를 저지른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에 대해 즉각 보복에 나섰다. 미국, 영국, 독일, 러시아 등도 동참하면서 테러 척결을 위한 국제 사회의  역량이 한 데 모아질 전망이다. 한국도 언제든지 함께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테러가 발생한 후 테러 척결을 위해 여러 국가들이 힘을 모으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힘을 모은다 하더라도 테러를 사전에 막는 것만  못하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테러는 발생하기 전에 막는 것이 최상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파리 연쇄 테러는 테러를 막기 위한 정보통신기술(ICT)의 관심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테러범들은 어떻게 정보기관의 감시를 피할 수 있었을까?


수많은 무기들을 어떻게 시내까지 들고 들어올 수 있었을까, 테러 모의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을까. 이런 모든 궁금증들이 ICT를 향하고 있다.





파리 연쇄 테러를 저지른 테러리스트들은 정보기관의 해킹이나 도·감청을 피해 일본 소니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4’(PS4)를 이용해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종단간암호화(End to End Encryption) 기술이 적용된 메신저 프로그램인 텔레그램, 와츠앱 등도 이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종단간암호화는 메시지 송신과 수신 과정뿐만 아니라 중간 서버에 저장되는 데이터들도 모두 암호화하는 기술이다. 종단간암호화 기술이 적용된 메신저를 해킹하거나 도·감청 하는 일은 현존하는 기술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PS4에서 음성 채팅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인터넷전화(VoIP) 기술도 그 자체로 이미 종단 간암호화와 비슷한 보안을 가지는 통신수단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보기관의 해킹이나 도·감청이 사실상  의미가 없게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이용자를 모으기 위해 게임기나 모바일 메신저 프로그램 등에 최고 수준의 보안기술을 적용한 결과인 셈이다. 이상진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정보기관의 해킹이나 도·감청이  더 이상 의미 없는 시대가 됐다는 사실이 이번 파리 테러를 통해 증명됐다”고 강조했다.


각종 메신저 프로그램의 보안성이 강화되는 것은 이용자들의 사생활  보호 욕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카카오톡 감청 논란이 불거졌을 때  텔레그램 가입자가 200만 명 이상 증가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텔레그램은 종단간암호화  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비밀대화 기능을 사용하면 스마트폰에서도 작성한  메시지가 자동으로 삭제된다. 보안이 강화된 메신저 프로그램이 개인의 사생활  보호 욕구는 충족시킬 수 있지만 이번 파리 테러에서처럼 악용될 수도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있어왔다. 이 교수는 “모바일 메신저 프로그램의 ‘보안’과 정보기관의 ‘증거 확보’ 사이의 딜레마를 파리 테러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러나 범죄를 막기 위한 ICT 분야의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프랑스 파리 연쇄테러 이후 테러나 범죄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최신 ICT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도 고무적이다. 한국에서도  이미 빅데이터 분석 기법이나 머신러닝(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해 판단을 내리는 것) 기술을 활용한 첨단 ICT가 여러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다.





최신 폐쇄회로(CC)TV에는 이미 영상행동분석(Visual Behavior Analytics)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영상행동분석은 CCTV 속 대상의 미세한 표정이나 행동을 정밀하게  관찰하고 분석해 어떤 행동이 나타날 것인지 예측하는 기술이다. 과거에는 범죄가  발생한 이후 녹화된 CCTV 화면을 보고 범죄자를 찾아내는 후행적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이상 행동 징후를 사전에 파악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해 결론을  내는 머신러닝 기술이 녹아 들어가 있다. 최근에는 영상분석 기술이 정교해져 불안정한  시선, 부자연스러운 안면 움직임만으로도 행동 변화를 예측하는 단계까지 와 있다. 이런 기술은 운전하는 사람의 눈 움직임을 파악해 졸음운전을 하는지를 판단해 경고하는  서비스에 이미 적용되고 있다. 또 의사소통이 어려운 환자를 치료할 때 환자 표정에서  통증 정도를 파악하는 데도 이용된다.





현재 대형 선박 등에는 선박이 항만에 들어가기 전 항만 주변 이상  징후를 사전에 파악해 입항 여부를 결정해 주는 프로그램이 적용돼 있다. 항만노조  파업, 항만 주변 이상 교통 체증 등으로 물류가 지연될 상황이 발생하면 이를 사전에  감지해 경고를 해 주는 것이다. 이 기술도 테러나 범죄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기술로  활용될 수 있다.


기업에서 최고 수준의 기밀을 다루는 정보 관리자를 대상으로 이들의  일상적 행동에서 정보 유출 가능성을 판단해 내는 프로그램도 있다.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해 결론을 내는 머신러닝 기술이 적용된 이 프로그램은 법 제도가 마련되면 테러나  범죄 예방에 바로 적용될 수 있다. 이외에도 범죄를 예방하려는 환경 설계 기술인 ‘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도 있다. CPTED는 건물과  가로등, CCTV 같은 감시 장비를 빅데이터 분석을 적용해 범죄 예방을 위한 방향으로  설계하는 기술이다.





<글 / 동아일보 산업부 김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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