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DX 2014. 12. 12. 13:53
국내 최대 게임업체의 ‘모험’이 화제가 되고 있다. 구글의 ‘플레이스토어’, 애플의 ‘앱스토어’,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톡’을 통하지 않고 모바일게임 사업을 하겠단다. 그동안 카카오톡 입점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까지 제끼겠다는 발상을 하기는 처음이다. 당연히 모바일게임 업계는 물론이고, 플레이스토어·앱스토어·카카오톡에 목을 매온 다른 모바일 콘텐츠 업체들도 남다른 관심을 보인다.
이 회사는 ‘지스타’ 개막을 이틀 앞둔 지난 18일 지스타에 출품할 게임 신작을 미리 언론에 공개하는 ‘지스타 프리미어’ 행사를 열었다. 행사 기조연설과 진행은 회사의 대표가 직접 맡았다. 그는 이날 3년여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주고받다가 느닷없이 ‘소작농’ 얘기를 꺼냈다.
구글·애플·다음카카오 등이 모바일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장악한 지위를 이용해, ‘수수료’라는 이름으로 모바일 콘텐츠 앱 개발자 몫을 과도하게 뜯어가는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소작농은 구글·애플·다음카카오에 수수료를 물고 있는 게임개발업체를 가리킨다. 자연스럽게 구글·애플·다음카카오는 ‘지주’가 되는 셈이다. 그는 “소작농 처지로는 좋은 게임을 계속 개발하는 게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기존 게임을 포함한 모바일 콘텐츠들은 대부분 구글의 플레이스토어, 애플의 앱스토어,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톡을 통해 유통된다. 대신 무거운 수수료를 문다. 구글 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를 이용하면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줘야 하고, 카카오톡에 입점하면 구글과 애플에 수수료를 떼어주고 남은 부분에서 다시 30%를 줘야 한다. 다 떼어주고 나면, 100원짜리 하나 팔아봤자 49원밖에 남지 않는다. 게다가 게임은 개발자와 유통업체 사이에 마케팅업체(퍼블리셔)라는 게 또 낀다. 거기도 일정부분 떼어간다. 김 대표는 “구글, 애플, 다음카카오에 떼어주고, 다시 퍼블리셔 몫을 주고 나면, 개발업체가 먹는 것은 매출의 20%밖에 안 된다. 이런 상태로는 게임산업이 건강하게 유지될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사는 국내 최대 게임업체다. 이 회사의 대표는 창업자이자 국내 게임 벤처기업 1세대다. 게임사업으로 번 재산만도 1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더욱이 자신의 회사도 ‘온라인을 넘어 모바일로’란 캐치프레이즈를 앞세워 온라인게임 중심의 사업영역을 모바일게임 쪽으로 확대하고 있다. 한마디로 구글, 애플, 다음카카오의 ‘심기’를 건드려 좋을 게 없는 상태이다.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그가 왜 개화기 소설을 통해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지주와 소작농’ 구도의 얘기로 구글·애플·다음카카오 같은 플랫폼 사업자들과 게임 개발업체들을 싸잡아 꼬집었을까?
클라우드 서비스 준비 사실을 밝히기 위해 소작농 얘기를 꺼낸 셈이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만들어 모바일게임 유통망으로 활용하겠단다. 그는 “처음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게임 잘 만드는 회사로 갈 것인데, 소작농 처지로는 어렵다. 그래서 클라우드를 통한 모바일게임 유통에 나서는 것이다.” 그의 설명이다. 정리하면, 이 회사는 모바일 흐름에 따라 사업영역을 기존 온라인게임 중심에서 모바일게임 쪽으로 확대하되, 구글·애플·다음카카오의 플랫폼을 활용하지 않는다. 자체 서비스를 만들어 유통망으로 활용한다. 발상의 전환이다. 기존 모바일 콘텐츠 개발자들은 앱 개발 계획을 세우는 단계부터 구글·애플·다음카카오의 문을 두드린다. 그리고 그들이 요구하는 조건을 맞추기 위해, 때로는 필요한 기능을 줄이고 성능을 낮추기까지 한다. 이를 당연하게 여겨왔다. 그들의 모바일게임 유통 전략은 이런 행태를 근본적으로 거부하고 뒤집는다는 점에서 모험이라고 할만하다. “지구에서 우주로 가는 수준의 발상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플랫폼 사업자한테 과도하게 뜯기는 것을 피해 지속가능한 개발자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것을 목적의 일부다. 전세계 어디서나, 어느 계정으로나 접속 가능하고, 모바일 데이터 네트워크가발달한 곳에서는 실시간 스트리밍 방식의 게임 이용도 가능하게 하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 기반이 클라우드다.” 이 회사는 이를 위해 앞으로 내놓는 모든 게임은 온라인과 모바일이 연동된 형태로 내놓기로 했다. 집에서 PC로 즐기던 게임을 출근길 지하철에서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으로 이어 즐기고, 거꾸로 퇴근길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즐기던 게임을 집이나 피시방에서 피시로 이어 즐길 수 있다. 이 업체는 지스타에서 선보인 모든 신작이 온라인과 모바일이 연동된다. 이미 게임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한 게임회사의 모험은 클라우드란 새 IT서비스를 통해 플랫폼 사업자 중심으로 짜여지고 있는 모바일 콘텐츠 유통구조에 반기를 든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미 IT 영역 안에 들어와 있는 서비스와 상품도, 새로운 IT 서비스와 결합하는 방법으로 기존 틀에서 벗어나고,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구글이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마이크로소프트 중심의 시장구도를 깨고 싶어하고, 나아가 발상의 전환을 하고 싶어하는 젊은 개발자들의 시도가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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