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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트렌드10탄]ICT 이제는‘감성’을 입어야 할 때 _에릭슨 비즈니스 이노베이션 포럼 

포스코DX 2015. 1. 2. 14:46

세계 최대 통신기기 회사인 에릭슨은 매년 전세계 주요 도시에서 기자들을 초청해 ‘에릭슨 포럼’이라는 행사를 엽니다. 지난 달초 본사가 있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전세계 기사 100여명과 산업 애널리스트 20여명이 참여했습니다.

스웨덴 도착 첫날 에릭슨은 스톡홀름 근교의 정보기술산업단지인 ‘시스타’로 기자들을 안내했습니다. 전세계의 수많은 IT기업이 몰려있는 시스타에는 작은 공원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에릭슨본사와 최근 연구개발(R&D) 중인 제품을 모아놓은 에릭슨 스튜디오 등이 자리해 있었습니다. 자신들의 일터를 안내하는 직원들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으로 가득차 있더군요. 인구 1,000만명도 안되는 작은 나라가 배출한 다국적 기업이니 목에 힘을 줄만도 합니다. “스웨덴 최대 첨단산업단지인 시스타를 조성한 것도 사실상 에릭슨”이라는 자랑도 귀에 박히도록 들었습니다.

에릭슨스튜디오에 들어서면 에릭슨이 얼마나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초고화질(UHD) TV, 차세대 통신장비, 사물인터넷(IoT) 등 우리가 차세대 먹거리로 고민하고 있는 기술들이 망라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자의 관심을 끈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앞으로 모든 사물은 네트워크를 통해 유의미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교환하게 될 것입니다” IoT의 원론적인 설명과 함께 에릭슨 직원이 공개한 것은 다름아닌 작은‘나무’였습니다. “트위터에서 ‘연결된 나무(@CONNECTED TREE)’를 팔로우하면 나무에 장착된 센서와 4G LTE 기술을 통해 나무가 필요로 하는 수분량이나 조도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별다른 감흥이 없습니다.

‘IoT기술을 활용해 나무를 잘 관리할 수 있다’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자리자랑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이 직원은 한발 더 나아갑니다. “주위에서 사람이 움직이면, 이 나무는 전자기장을 통해 그 움직임을 감지한뒤,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감정을 전송하며, 음악을 연주하거나 말을 하거나 불을 켜거나 끕니다. 누군가가 자신을 만지면 그 사람의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보내고, 자신의 주위에 아무도 없으면 트위터 계정으로 외로움까지 표현합니다”기술에 대해서는 간단히 언급하고 바로 ‘감성’ 자극으로 넘어간 것입니다. 이 말이 끝나자마자 시큰둥하던 기자들의 질문이 폭발했습니다. 기술보다는 감성이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이죠.

에릭슨에 따르면 오는 2020년까지 약 500억대의 디바이스들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초연결사회가 도래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도 이 IoT를 신성장산업으로 지정하고 다양한 연구개발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IoT를 진정한 차세대 먹거리로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만 필요한게 아닙니다.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감성’을 담아내야 하지 않을까요. ‘감성’이 중요한 예는 무수히 많습니다. 애플의 ‘아이폰’만 해도 폐쇄적인 운영체계(OS) 정책에도 불구하고 세계 휴대폰 시장을 호령하는 것은 아이폰의 감성을 높이 평가하는 아이폰빠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소프트뱅크가 발표한 로봇 ‘페퍼’도 기술보다는 사람과 대화가 가능하다는 ‘감성’에 호소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수많은 첨단제품과 플랫폼을 출시하면서도 세계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좋은 서비스 좋은 기술’만 강조할 뿐 소비자의 감성에 호소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도 원인일 것입니다. 다른 제품과는 다른 차별화된 감성을 지닌 제품만이 소위 ‘빠’들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하물며 소비자와의 직접적인 접점이 없는 B2B 기업인 에릭슨마저 ‘감성’ 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이제 기술만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우리 기업들도 에릭슨에게서 한수 배워야 할 듯 합니다.

 

<글 : 서울경제 김능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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