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DX 2015. 12. 24. 15:55
일본에서 꽤나 유명한 노래 ‘乾杯(간빠이,건배)’의 가사처럼,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술과 함께 회포를 푸는 문화는 한국과 일본이 크게 다를 바 없다. 술 자리는 언제나 사람들의 흥을 돋우는 자리이며, 지친 일상을 달래 주는 자리인 것은 일본이든 한국이든 큰 차이가 없는 듯 하다.
특히 요즘 같은 연말 술자리가 많아지는 시즌이 되면 문득 일본에서 가졌던 회식 자리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물론 술과 사람을 좋아하는 내 성격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일본 회식 자리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특별한 경험 때문인지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때 기억이 생생하다.
피 같은 내 돈…ㅠㅠ 이 돈이면 ”어제 백화점에서 점 찍어 둔 원피스를 살 수 있는데… 아니 도대체 팀 회식에 개인 돈을 왜 걷는 거야?” 등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 갔지만 신입인 내가 무슨 선택권이 있으랴? 결국 썩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参加します。” (참가 하겠습니다) 라고 회신을 보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일본의 경우 회식 비용을 1/N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물론 회사 지원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와리깡이다. 법인 카드로 팀 회식을 하는 한국과는 다른 문화에 당황했지만, 공식적으로 메일(회식 일시, 시간, 장소에 참가비까지 상세하게 적혀 있다)을 통해 참석 여부를 묻고, 개인 사정 등으로 불참하게 된다고 해서 크게 눈치 주는 편은 아니니 개인의 참여 의사와 의지를 무지하게 존중하는 나라가 일본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강요 없는 회식 문화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할까?
신입사원에게는 팀 회식비로 내기에는 살짝 센 금액이지만, 그 당시 난 일개 신입사원일 뿐인 것을….
일본의 회식 장소는 대부분 2~3시간 동안 술이 무제한 + 안주가 코스로 나오는 飲み放題(노미호다이) 술집을 선택하는게 일반적이다.
안주는 전체 샐러드부터 사시미, 전골류, 튀김 등에 디저트까지 나오는 편인데, 안주의 품질이 좋아서 가격 대비 큰 불만은 없는 수준이다. 술 역시도 시간 제약이 있기는 하지만 맥주, 소주, 일본 술, 와인, 칵테일 등 메뉴판에 있는 건 다 공짜!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천국 같은 곳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칫 공짜라는 이유로 과도한 음주는 금물! 술에 취하는 건 한국과 일본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나에게 일본 회식에 대한 기억 중 가장에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 본다면!
막차를 타기 위해 달리고 달렸던 모습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회식 후 나를 끌고 역으로 함께 달려가던 동료들에게 늘 말했던 한 마디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난 틀렸어~ 먼저가~”
일본 회사들은 일반적으로 출퇴근 교통비를 지원해 주는데, 월급과 별도로 한달 정기권을 끊으면 집에서 회사까지 대중 교통비가 해결되는 셈이다. 하지만 대중 교통을 이용하지 못하게 되면 꽤나 큰 비용을 교통비에 투자하게 된다. 그래서 회식은 언제나 모두의 정기권으로 이동 가능한 대중적인 곳을 선정하게 된다.
하지만 술자리의 흥이 과열되면, 시간이 무지하게 빨리 가는 건 일본이나 한국이나 다를 바가 없다. 특히 일본의 경우 흥이 지나쳐 막차를 놓치게 되면 어마어마한 택시비 폭탄이 기다리고 있다. 일본도 대부분의 회사가 도심 중심부에 위치해 있고 주택가는 근교에 위치해 있는 편이라 출퇴근 시간이 평균 전철로 한 시간 내외가 기본이라고 보면 된다. 이런 출퇴근 상황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택시비는 어마 무시한 차이를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집까지 택시를 타고 가는 건 사실 엄두가 나질 않는다. 몇 번 타 보진 않았지만 시내 중심에서 우리 집까지는 7만원 정도였던 것 같다.
만약 택시비 때문에 집에 갈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가라오케에서 밤새 놀고 아침 첫차를 타고 가는 것도 탁월한 선택이 아닐까? (이쯤에서…나의 어두운 과거는 조용히 묻어 두는 걸로)
일본은 연말의 모임을 나쁜 일을 잊어버리자는 의미에서 망년회(忘年会)라고 부른다. 한 해를 잘 보낸다는 우리나라의 송년회와는 의미가 다르긴 하지만 망년회든 송년회든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 시작을 준비하는 행사인 만큼 다른 회식 보다는 많은 정성을 쏟게 되는 것 같다. 특히 일본에서는 망년회를 준비하는 총무(幹事, 칸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내가 경험한 일본의 칸지는 한국에서 장소 섭외와 회비 관리를 하는 총무 보다는 조금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주로 그 해의 신입사원 2명 정도와 멘토 격인 선배가 총무를 맡게 되는데, 망년회 진행을 위해 업무 이외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준비한다. 왜냐하면, 얼마만큼 의미 있는 망년회를 보내느냐가 사원으로서의 이미지에 꽤나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만약 모두가 즐겁게 기억하는 망년회를 보냈다면 칸지로서 합격! 더불어 회사에서도 인정받는 사원이 된다. 일본이든 한국이든 막내들이 좋은 행사를 위해 고생하는 것은 비슷한 것 같다.
어찌되었건, 두 나라 모두 한 해를 알차게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함께하는 자리를 만드는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두는 것 같다. 올해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술로 시작해서 술로 끝나는 연말 모임보다는 일년 동안 함께 고생한 사람들과 열심히 달려온 한 해를 뒤돌아 보고, 새로운 출발을 위해 파이팅 넘치는 연말 연시를 보내 보는 건 어떨까?
지금까지 수미짱이 전해 주는 일본의 회식 문화와 주도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하셨는데요. 많은 도움 되셨나요? 어느 나라든 사람과의 소통과 단합을 위해 함께 모여 술 한 잔 기울이며 허심탄회하게 속 이야기를 나누는 건 비슷한 것 같네요! 올 연말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잘 마무리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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